
물을 줄 때마다 화분 받침에 물이 고이는 걸 보면서도, 나는 별생각 없이 그냥 뒀다. 오히려 흙이 마르면 그 물을 도로 빨아들여 좋은 거라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잘 크던 화분의 잎이 축 처지고 흙에서 쿰쿰한 냄새가 났다. 뽑아보니 뿌리가 거뭇하게 물러 있었다. 받침에 고인 물이 흙을 계속 젖어 있게 해서, 뿌리가 숨을 못 쉬고 썩은 거였다. 그 뒤로 나는 받침 물을 절대 방치하지 않게 됐다.
화분 받침에 고인 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두고 계신 분들을 위해, 받침 물 때문에 식물을 잃고 나서 익힌 것들을 정리해 본다. 사소해 보이지만, 과습으로 식물을 죽이는 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고인 물이다.
받침에 물이 고이면 왜 위험할까
화분 바닥에는 물이 빠지라고 구멍이 뚫려 있고, 받침은 그 빠진 물이 바닥을 적시지 않게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물을 받침에 그대로 두면, 화분 바닥이 계속 물에 잠겨 있는 상태가 된다. 흙이 아래쪽부터 마를 새 없이 젖어 있게 되는 것이다.
뿌리도 숨을 쉬어야 하는데, 흙이 늘 젖어 있으면 흙 속 공기가 물로 채워져 뿌리가 산소를 얻지 못한다. 그 상태가 이어지면 뿌리가 물러 썩고, 결국 식물 전체가 시든다. 내가 겪은 게 딱 이 경우였다. 겉흙은 말라 보여서 물이 부족한 줄 알았는데, 정작 화분 바닥은 받침 물에 잠겨 뿌리가 썩고 있었던 거다.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배웠다.
물 준 뒤 받침 물은 비운다
그 뒤로 내가 지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물을 준 뒤 받침에 고인 물을 비우는 것이다. 화분에 물을 흠뻑 주면 잠시 뒤 바닥으로 물이 빠져 받침에 고이는데, 십여 분쯤 지나 물이 다 빠지고 나면 받침의 물을 따라 버린다.
이렇게 하면 화분이 물에 잠겨 있는 시간을 막을 수 있다. 흠뻑 준 물은 흙 속을 지나며 뿌리를 적시고, 남은 물은 받침으로 빠져나가 버려지는 것이다. 나는 물주기의 마지막 단계로 이 받침 비우기를 아예 한 세트로 묶어 두었다. 물을 주는 것만큼이나 빠진 물을 치우는 것도 물주기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잊지 않는다. 이 습관 하나로 과습으로 식물을 잃는 일이 크게 줄었다. 받침을 비우는 데 드는 시간은 몇 초면 충분하니, 번거로움에 비해 얻는 게 훨씬 크다.
받침 물을 비우기 번거로울 때
화분이 크고 무거우면 물을 준 뒤 받침 물을 따라 버리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다. 나도 큰 화분은 매번 들어 기울이기 힘들어, 몇 가지 방법을 쓴다. 가장 간단한 건 받침에 고인 물을 스포이트나 종이컵, 작은 국자로 퍼내는 것이다. 화분을 옮기지 않고도 물만 덜어낼 수 있다.
또 화분과 받침 사이에 작은 받침대나 화분 발을 괴어 화분 바닥을 물에서 살짝 띄워두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받침에 물이 고여도 화분 바닥이 물에 직접 잠기지 않아, 뿌리가 상하는 걸 줄일 수 있다. 무거운 화분일수록 이런 방법이 요긴했다. 매번 물을 따라 버리기 어렵다면, 화분을 물에서 띄워두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겉흙만 보고 물을 더 주지 않는다
받침 물 문제와 함께 조심할 게, 겉흙만 보고 물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받침에 물이 고여 있으면 화분 아래쪽은 젖어 있는데도 겉흙은 말라 보일 수 있다. 그걸 보고 물이 부족한 줄 알고 또 물을 주면, 과습이 겹쳐 뿌리가 더 빨리 썩는다.
그래서 나는 물을 주기 전에 겉흙만 보지 않고, 손가락을 흙 속에 넣어보거나 화분 무게를 들어 가늠한다. 받침에 물이 남아 있는지도 함께 확인한다. 화분 아래가 아직 젖어 있다면, 겉이 말라 보여도 물주기를 미룬다. 겉과 속, 그리고 받침까지 함께 살피는 습관이 과습을 막는 길이었다. 물은 흙 속이 말랐을 때 주는 것이지, 겉흙 색만으로 줄 게 아니다.
화분에 따라 받침 관리도 다르다
받침 물 관리는 화분과 식물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도 받침에 물이 오래 잠겨 있는 건 대개 좋지 않지만, 건조를 좋아하는 다육이나 선인장은 특히 받침 물에 예민하다. 나는 다육 화분은 물을 준 뒤 받침 물을 더 꼼꼼히 비우고, 조금이라도 물이 남지 않게 신경 쓴다.
화분 재질에 따라서도 다르다. 물이 옆으로도 마르는 토분은 그나마 낫지만, 물이 바닥으로만 빠지는 플라스틱이나 자기 화분은 받침 물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그래서 나는 플라스틱 화분일수록 받침 물을 더 신경 써서 비운다. 같은 받침 물이라도 어떤 화분에 어떤 식물이 담겼느냐에 따라 위험이 다르니, 그 성격을 알고 관리하면 실패가 줄었다.
받침도 자주 살피고 닦아준다
받침은 한번 두면 신경을 안 쓰기 쉬운데, 사실 정기적으로 살피고 닦아주는 게 좋다. 받침에 물이 오래 고여 있으면 물때가 끼고, 하얀 무기질 자국이나 이끼, 곰팡이가 생기기도 한다. 그 자리는 날파리 같은 벌레가 꼬이기도 좋다.
나는 물을 줄 때 받침도 함께 살펴, 물때가 끼었으면 헹궈 닦고 말려서 다시 둔다. 받침을 깨끗이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화분 주변이 한결 청결해지고 벌레도 덜 꼬였다. 받침 밑에 얇은 코르크나 펠트를 깔아두면 바닥에 물 자국이나 곰팡이가 배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화분만큼 받침도 관리 대상이라는 걸 알고부터, 화분 자리가 훨씬 깔끔해졌다.
화분 밑까지 신경 쓰게 된 뒤로
받침 물 때문에 식물을 잃고 나서 느낀 건, 식물 관리는 눈에 보이는 잎과 겉흙만이 아니라 화분 밑바닥까지라는 것이다. 정성껏 물을 주고도 받침 물을 방치하면, 그 물이 조용히 뿌리를 썩힌다. 물을 주는 일과 빠진 물을 치우는 일은 사실 한 쌍이었다.
혹시 화분 받침에 물이 고여 있는데 무심코 두고 계신다면, 물을 준 뒤엔 꼭 그 물을 비워주시길 권한다. 비우기 어려운 큰 화분은 물에서 살짝 띄워두기만 해도 좋다. 나도 받침 물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이유 모르게 시들던 화분들이 부쩍 줄었다. 화분 밑에 고인 물 한 컵까지 살피는 그 작은 손길이, 뿌리를 지키는 비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