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기를 물에 꽂아 뿌리를 내리는 물꽂이에 재미를 붙인 뒤, 나는 다른 번식법도 궁금해졌다. 그러다 우연히 다육이 잎 한 장이 화분에 떨어져 있었는데, 며칠 뒤 그 잎 끝에서 조그만 뿌리와 새싹이 돋는 걸 봤다. 잎 한 장이 통째로 새 식물이 된다는 게 신기해서, 그때부터 나는 물꽂이 말고도 잎꽂이와 포기나누기로 식물을 늘리기 시작했다. 사서 늘리는 게 아니라 있던 식물에서 새 생명을 얻는 재미는, 겪어보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번식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방법마다 어울리는 식물과 요령만 알면 초보도 충분히 성공한다. 물꽂이는 해봤는데 다른 방법도 시도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3년간 이런저런 번식을 해보며 익힌 것들을 정리해 본다.
물꽂이 말고도 번식법은 여럿이다
식물을 늘리는 방법은 물꽂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잎 한 장을 흙에 얹어 새싹을 내는 잎꽂이, 한 화분에 뭉쳐 자란 포기를 갈라 여러 화분으로 만드는 포기나누기가 대표적이다. 어떤 방법이 맞는지는 식물의 성질에 따라 달라진다.
줄기가 길게 자라는 식물은 물꽂이나 줄기꽂이가 잘 되고, 잎이 통통한 다육이는 잎꽂이가 잘 된다. 뿌리에서 여러 포기가 올라오는 식물은 포기나누기가 가장 확실하다. 나는 식물을 늘리고 싶을 때, 먼저 이 아이가 어떤 방식에 어울리는지부터 생각한다. 방법을 맞추면 성공률이 확 올라간다.
잎꽂이, 다육이는 잎 한 장으로 시작한다
잎꽂이는 특히 다육이에게 잘 맞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건강한 잎을 줄기에서 비틀듯 떼어내, 잘린 부분이 아물도록 그늘에서 이삼 일 말린 뒤, 마른 흙 위에 살짝 얹어두면 된다. 이때 잎을 흙에 파묻지 않고 그냥 올려두는 게 요령이다.
며칠에서 몇 주가 지나면 잎 끝에서 실 같은 뿌리와 아기 같은 새싹이 돋는다. 나는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게 물꽂이만큼이나 즐겁다. 잎 한 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다육이가 자라나는 걸 보면, 식물의 생명력에 매번 놀란다. 실패해도 잎 한 장이니 부담이 없어, 여러 장을 한꺼번에 시도하기도 좋다. 성공한 잎이 많으면 그중 튼튼한 것만 골라 키우면 되니, 넉넉히 시도할수록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잎꽂이 성공률을 높이는 요령
잎꽂이는 쉬워 보여도 몇 가지를 놓치면 잘 안 된다. 나도 처음엔 잎을 떼자마자 축축한 흙에 꽂았다가 그대로 물러 썩힌 적이 많다. 잘린 자리가 아물지 않은 채 습기에 닿으면 뿌리 대신 곰팡이가 먼저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잎을 뗀 뒤 반드시 며칠 말려 자른 면을 아물린다. 그리고 뿌리가 나올 때까지는 물을 거의 주지 않고, 뿌리가 어느 정도 자란 뒤에야 분무기로 흙을 살짝 적셔준다. 밝지만 직사광선은 아닌 자리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 몇 가지만 지켜도 무르지 않고 새싹을 보는 경우가 훨씬 늘었다.
포기나누기, 한 화분을 여럿으로
포기나누기는 한 화분에 여러 포기가 뭉쳐 자란 식물을 갈라 나누는 방법이다. 분갈이할 때 함께 하면 좋은데, 화분에서 식물을 통째로 꺼내 뿌리째 조심스럽게 몇 덩이로 나눈 뒤, 각각을 새 화분에 심으면 된다. 뿌리가 서로 엉켜 있으면 손으로 살살 풀어준다.
나는 스킨답서스나 접란, 산세베리아처럼 밑에서 새 포기가 계속 올라오는 식물을 이 방법으로 늘린다. 포기나누기는 이미 뿌리를 갖춘 상태에서 나누는 거라, 새로 뿌리를 내려야 하는 잎꽂이보다 실패가 적고 빠르다. 하나였던 화분이 두세 개가 되는 걸 보면 뿌듯함이 크다. 나눈 포기를 지인에게 나눠주면, 한 식물이 여러 집으로 퍼져 나가는 재미도 있다.
포기나누기하기 좋은 식물과 시기
포기나누기는 아무 때나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식물이 한창 자라는 봄가을이 회복이 빨라 가장 좋다. 나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처럼 식물이 힘든 시기엔 되도록 나누지 않는다. 뿌리를 건드리는 일이라 식물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나눌 때는 각 포기에 뿌리가 충분히 붙어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잎만 많고 뿌리가 거의 없는 조각으로 나누면 자리 잡기 어렵다. 나눈 뒤에는 며칠 그늘에서 안정시키며 물도 조심스럽게 준다. 뿌리가 상처를 아물리고 새 화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안정 기간만 잘 지켜주면 나눈 포기가 각자 튼튼히 자리를 잡는다.
번식 뒤에는 조심스러운 관리가 필요하다
어떤 방법으로 번식하든, 새로 만든 어린 식물은 아직 여리다. 그래서 나는 번식 직후엔 강한 직사광선과 잦은 물주기를 피하고, 밝은 그늘에서 천천히 적응시킨다. 뿌리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비료도 주지 않는다.
어린 식물은 자기 몸에 비해 뿌리가 아직 작아, 물이 조금만 많아도 무르기 쉽다. 나는 새싹이나 갓 나눈 포기가 눈에 띄게 자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조금씩 평소 관리로 옮겨간다. 급하게 키우려 하지 않고 천천히 기다려주는 게, 번식한 식물을 무사히 키우는 가장 큰 요령이었다.
있던 식물에서 새 식물이 태어나는 재미
여러 방법으로 식물을 늘려보며 느낀 건, 번식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식물과 더 가까워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잎 한 장, 포기 하나에서 새 생명이 돋는 걸 지켜보면, 사서 들일 때와는 또 다른 애정이 생긴다. 늘어난 화분을 주변에 나눠주는 즐거움은 덤이다.
물꽂이가 익숙해졌다면, 다음엔 다육이 잎 한 장을 흙에 얹어보거나 뭉친 포기를 한번 갈라보시길 권한다. 방법마다 어울리는 식물과 시기만 맞추면 생각보다 쉽게 성공한다. 나도 번식에 재미를 붙이고부터, 식물을 키우는 일이 한층 풍성해졌다. 하나에서 여럿으로 늘어나는 초록을 보는 건, 식물을 키우며 누리는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그 초록이 또 누군가의 집으로 이어질 때, 식물 키우기는 한결 넉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