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스킨답서스를 거실 창가에 뒀을 땐 잘 크다가, 안방 창가로 옮기니 시름시름 앓는 걸 보고 나는 한참 어리둥절했다. 물도 흙도 똑같이 해줬는데 왜 자리에 따라 이렇게 다를까 싶었다. 알고 보니 두 창의 방향이 달랐던 거다. 거실은 볕이 오래 드는 남향, 안방은 빛이 약한 북향이었다. 식물에게 빛은 밥과 같은데, 나는 여태 '창가면 다 밝겠지' 하고 방향을 따져본 적이 없었다. 창 방향을 알고 자리를 잡아주기 시작하면서, 죽어나가던 식물들이 눈에 띄게 안정을 찾았다.
그 뒤로 나는 식물을 들이기 전에 '이 아이는 우리 집 어느 창에 맞을까'부터 생각하게 됐다. 3년간 방향별로 식물을 옮겨보며 정리한 것들을, 창가에 뒀는데도 식물이 자꾸 죽는다는 분들을 위해 풀어본다.
창 방향이 빛의 세기를 결정한다
같은 실내라도 창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양과 세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남쪽 하늘을 지나 서쪽으로 지기 때문에, 창 방향마다 빛이 드는 시간대와 강도가 제각각이다. 이걸 모르고 식물을 아무 창가에나 두면, 어떤 아이는 빛에 타고 어떤 아이는 빛이 모자라 웃자란다.
그래서 식물의 빛 요구량과 창 방향을 맞추는 게 배치의 핵심이다. 강한 빛을 좋아하는 식물은 볕이 센 창에, 약한 빛에도 잘 견디는 식물은 어두운 창에 두는 식이다. 방향만 제대로 맞춰줘도 같은 식물이 훨씬 건강하게 자란다. 빛을 바꾸는 건 흙이나 물을 바꾸는 것보다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식물에게는 가장 큰 변화를 안겨준다.
남향, 하루 종일 밝지만 강하다
남향 창은 하루 종일 볕이 가장 오래, 가장 강하게 드는 자리다. 빛을 좋아하는 식물에게는 최고의 명당이라, 나는 볕을 많이 원하는 식물들을 이쪽에 모아둔다. 꽃을 피우는 식물이나 다육이도 남향에서 색이 진해지고 튼튼해졌다.
다만 여름철 한낮의 남향 직사광선은 너무 강해서, 잎이 타거나 흙이 순식간에 마르기도 한다. 그래서 여름엔 얇은 커튼을 반쯤 쳐서 빛을 한 겹 걸러준다. 빛이 강한 만큼 물도 자주 마르니, 남향에 둔 화분은 흙 상태를 더 자주 살핀다. 볕이 좋은 만큼 관리도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는 자리다.
동향, 부드러운 아침 햇살로 초보에게 좋다
동향 창은 아침에 부드러운 햇살이 들고 오후엔 그늘이 진다. 강하지 않으면서도 밝은 빛이라, 나는 초보자에게 동향을 가장 추천한다. 대부분의 실내 식물이 이 정도 빛에서 무난하게 잘 자라기 때문이다.
아침 볕은 온도가 높지 않아 잎이 탈 걱정도 적다. 나도 예민한 식물이나 새로 들인 식물을 우선 동향에 두고 적응을 시킨다. 빛이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으니 실패가 가장 적었다. 어느 창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동향 창가에 두고 상태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향, 뜨거운 오후 햇살에 주의
서향 창은 오전엔 어둡다가 오후 늦게 강한 볕이 든다. 문제는 이 오후 햇살이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을 때 들어와 꽤 뜨겁다는 점이다. 나는 서향 창가에 예민한 식물을 뒀다가 오후 볕에 잎이 데인 적이 있다.
그래서 서향에는 어느 정도 빛에 강한 식물을 두거나, 오후에 커튼으로 볕을 걸러준다. 반대로 낮 동안은 빛이 약하니, 빛을 아주 많이 원하는 식물에게는 조금 아쉬운 자리이기도 하다. 서향은 오후의 뜨거운 볕만 잘 다스리면, 빛을 좋아하는 식물에게 나쁘지 않은 자리가 된다.
북향, 약한 빛이라 저광량 식물의 자리
북향 창은 직사광선이 거의 들지 않고 하루 종일 은은하고 약한 빛만 든다. 그래서 빛을 많이 원하는 식물은 이곳에서 웃자라거나 시들기 쉽다. 내가 처음 안방 북향 창에서 식물을 자꾸 죽였던 이유도 바로 이 약한 빛 때문이었다.
대신 약한 빛에도 잘 견디는 식물에게는 북향이 오히려 편안한 자리다. 나는 북향 창가에는 그늘에서도 잘 사는 식물들을 둔다. 그래도 빛이 너무 부족하다 싶으면, 식물등을 하나 달아 부족한 빛을 보태준다. 북향이라고 식물을 못 키우는 게 아니라, 자리에 맞는 식물을 고르면 된다. 빛이 약한 창일수록, 어떤 식물을 두느냐가 그 자리를 살린다.
우리 집 창이 어느 방향인지 알아내는 법
방향을 활용하려면 먼저 우리 집 창이 어느 쪽인지 알아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하루 동안 볕이 언제 드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아침에 볕이 들면 동향, 한낮 내내 밝으면 남향, 늦은 오후에 볕이 들면 서향, 하루 종일 직사광선이 거의 없으면 북향에 가깝다.
더 간단하게는 휴대폰의 나침반 앱을 켜고 창을 바라보면 방향이 바로 나온다. 나도 이사한 집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창마다 방향을 확인한 것이었다. 방향을 알고 나니 어떤 식물을 어디에 둘지 그림이 그려졌다. 이 한 번의 확인이 이후의 시행착오를 크게 줄여줬다.
방향은 기준일 뿐, 결국 관찰이 답이다
여러 번 자리를 옮겨보며 내린 결론은, 창 방향은 아주 좋은 기준이지만 절대 공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남향이라도 앞 건물이 볕을 가리면 실제 빛은 약할 수 있고, 북향이라도 밝은 벽에 빛이 반사되면 생각보다 환할 수 있다. 그래서 방향으로 대략 자리를 잡은 뒤엔, 식물의 반응을 보며 미세하게 조정한다.
잎이 한쪽으로만 길게 뻗으면 빛이 부족하다는 신호이고, 잎이 타거나 색이 바래면 빛이 너무 강하다는 신호다. 이런 신호를 보며 한 뼘씩 자리를 옮겨주면 식물이 가장 편안해하는 위치를 찾게 된다. 창가에 뒀는데도 식물이 자꾸 죽는다면, 오늘 우리 집 창들이 어느 방향인지부터 확인해보시길 권한다. 빛의 성질을 알고 나면, 식물 자리 잡기가 훨씬 쉬워진다. 나도 방향을 알고부터는, 어떤 식물을 데려와도 둘 자리를 고민 없이 정하게 됐다.